교차로플러스 홈으로
 
  • ▒ 전체 99개의 게시글이 있습니다. ▒

99 올해 가뭄

▲고풍저수지

하늘이 타고 땅이 탄다!    
목이 타고 속이 탄다!

6월 12일 찾은 고풍 저수지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다른 곳의 저수지가 말라도 마지막까지 물을 품던 고풍저수지는 수문 바로 앞 물 웅덩이를 제외하고는 온 바닥이 하얗게 드러나 있다. 782만 1,800톤의 유효저수량을 품고 1,294.0㏊의 수혜면적을 담당하던 고풍저수지는 흙먼지 날리고 풀만 무성한 운동장이 되어 있었다. 다음날 찾은 풍전 저수지 역시 마찬가지. 둑 안쪽의 저수지는 온데 간데 없고 가느다란 물줄기만이 그 흔적으로 남아 있다.


▲산수저수지

해미면 대곡리에 자리한 산수저수지는 가뭄이 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저수량이 낮아지는 곳이다. 이번 역시 비껴가지 않는 듯 갈라지고 메마른 바닥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카누 선수들의 훈련이 한창이어야 할 성암저수지 역시 바짝 마른 흙만이 반겨준다. 언제부터 말라 있었는지 바닥에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아이 손바닥만한 말조개도 말라 비틀어져 있다. 카누 선수들의 훈련장은 굳게 잠겨져 있고, 카누들이 줄을 지어 누비던 저수지 위 부표는 흙먼지 날리는 학교 운동장 위 달리기선 표식 마냥 처량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5월에 쌓인 강수량은 162.7mm로 평년(303.4mm) 대비 절반 수준을 보여 1973년 이후 두 번 째로 적은 강수량을 나타냈다. 지난달 전국 강우량은 28.5mm로 평년의 101.7mm 대비 30% 수준에도 못 미쳤다. 더 큰 문제는 이 가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올해는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8월이나 되어야 물 부족이 해소될 전망이고, 이런 가뭄은 매년 더 심각한 양상으로 우리의 땅과 목을 옥죌 것이다. 


▲풍전저수지

‘쑥대머리한 여인이 논 가운데 주저앉아 방성통곡을 하면서 하늘 향해 호소하네 사랑의 정을 딱 끊고 그 벼싹 다 뽑다니 오뉴월 한여름에 찬바람이 쓸쓸하네 
우거진 우리 모를 내 손으로 다 뽑고 무성한 우리 모를 내 손으로 죽이다니 우거진 우리 모를 잡초처럼 뽑아내고 무성한 우리 모를 화톳불 놓듯 태우다니
뽑아서 묶어서 저 웅덩이에 두었다가 행여 비가 내리면 낮은 땅에다 꽂아볼까 내 자식 셋이 있어 젖도 먹고 밥도 먹는데 그 중 하나를 죽여서라도 이 어린 모 살렸으면’
(모를 뽑아 버리다  중 일부- 다산 정약용)


▲성암저수지

자식 하나 죽여 비 한번 오게 해 달라고 울부짖으며 하늘에 빌었던 한 여인의 참혹한 울음이 귀에 맴돈다. 지독한 가뭄에 농사를 망쳐 자식 셋을 생으로 굶어 죽게 하는 것보다, 한 자식이라도 하늘에 바쳐 비를 갈구하며 다른 두자식이라도 살리고 싶었던 여인의 피눈물을 어느 누가 감히 손가락질 하랴. 
비야 내려라. 말간 하늘에 먹구름 몰고 와 한바탕 비야 내려라. 하늘도 적시고, 땅도 적시고, 타는 목과 속도 적셔라.
<배영금 기자>  

  •  
  •  
  •  
98 사진속세상


아기고양이를 구조하라!

아기를 태우고 조심조심 운전을 하던 이민주(31. 가명)씨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앞차의 갑작스런 멈춤 때문이었다. 앞차는 급기야 후진을 하더니 뭔가를 피해 돌아갔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차에 치여 다리를 질질 끌고 있는 아기 고양이. 다른 생각을 할 겨를 없이 차에서 내려 다친 고양이를 품으로 안아 올렸지만, 고양이는 민주씨의 차 밑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보닛 안으로 깊이 들어가 버리고 만 것. 다친 아기고양이를 자동차 보닛 안에서 찾을 수도, 그렇다고 운전을 할 수도 없던 민주씨는 급기야 119에 신고를 했고, 구조대들이 도착해 한시간 여 동안의 씨름 끝에 고양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너무 깊숙이 숨어버린 데다가 너무 작은 몸집이라 찾기 어려웠던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차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 장치까지 동원하고, 보닛 해체까지 하고 나서야 찾은 고양이는 차량사고로 이미 심각한 부상을 당한 터라 동물병원으로 이송이 됐다.   
<배영금 기자> 

  •  
  •  
  •  
97 태안군, 해당화 곱게 핀 신두사구의 절경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에 활짝 핀 해당화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신두사구는 우리나라 최대의 해안사구로서,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벌판에 다양하고 특색 있는 생태계가 형성돼

 갯완두, 초종용, 금개구리 등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예년보다 이른 이달 초부터 해안사구 일대에서 피기 시작한 해당화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신두리의

푸른 바다와 묘하게 대비되는 아름다운 붉은 자연을 연출하고 있다.

 
한편, 신두리 해안사구는 이달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진하는 ‘2015 지역특화 문화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해안사구를

 활용한 다채로운 문화콘텐츠 개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산교차로>


 

 

  •  
  •  
  •  
96 바다비오리 _ 새이야기 99

 

 

삼길포항의 재롱둥이 ‘바다비오리’

 

작은 고깃배가 어로활동을 마치고 포구로 들어오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하다.

배의 뒷전에 여러 가지 색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만선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작열하는 태양의 뜨거운 열기와 모진 비바람, 거센 파도 속에서 고기잡이를 끝내고 만선으로 부두에 들어오면 선장과

선원들은 그동안의 고통은 다 잊고 가족을 만나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또한 뭍에서 바다에 나갔던

가장을 기다리던 가족이 느끼는 재회의 기쁨은 그 어느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뜨겁다.


그런 기쁨, 사람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삼길포항을 지키고 있는 여러 종류의 갈매기들과 또 다른 특별한 새가

배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머릿결이 특별한 ‘바다비오리’이다


수많은 갈매기 틈을 헤쳐 나가야 하는 먹이활동은 그야말로 혹독한 삶의 현장이며 치열한 투쟁이다. 바다에서 잡아 온

물고기를 정리하면서 상품가치가 없는 잡고기를 바다에 내어던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바다비오리의 차지는 아니다.

덩치도 크고 매우 바른 갈매기들이 늘 먼저 낚아채서 날아가 버린다. 갈매기는 바다의 깡패나 다름이 없다.

바다비오리는 고심 끝에 갈매기가 따라하지 못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미리 물속에 들어가 있다가 가라앉는 물고기를 건져 먹는 것이다. 갈매기는 물 위에서는 매우 빠르고 난폭하지만 잠수를

하지 못하는 것을 바다비오리가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가 근처에 지나가는 물고기가 있다면

영락없이 바다비오리의 밥이 되기도 한다.

 
물속에서 어부가 버린 물고기를 건져 올리거나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는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던 갈매기들이 빼앗아 먹으려고 달려든다. 결국, 물고기를 입에 문채로 빠르게

날아가거나 잠수를 한 후에 갈매기들이 없는 곳에 가서 삼켜야 한다. 이런 경험을 한 영리한 바다비오리는 몰속에서

먹이를 잡게 되면 잠수를 한 상태로 멀리 헤엄쳐 간 후에 갈매기들이 없는 곳으로 나오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한다.


모처럼 삼길포항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던 지인을 만났다. 평소 그의 성품에 감동을 받고 있던 필자는 그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자신의 집이 이곳 근처이니 본인이 사겠다는 것이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2층의 넓은 창가에서 음식을 먹으며 수시로 시선을 바닷가로 돌렸다. 지난겨울에 만났던

바다비오리를 오늘 꼭 보고 싶었다. 식사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눈치 못채게 내다 본 삼길포항에는 다행히 여러 마리의

바다비오리가 갈매기들 틈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해미에 오면 맛있는 식사 대접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얼른 바닷가로 나갔다.

고깃배들이 여러 척 정박을 한 삼길포항에는 갈매기들이 모두 반상회라도 하려는 듯 매우 많이 모여 있었다.

커다란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어부들이 작은 물고기를 버리거나 어부의 아내들이 횟감을 손질한 후

부산물을 버릴 때를 기다렸다가 잽싸게 날아와서 채가기도 하고 다른 갈매기가 물고 있는 것을 빼앗기도 했다.

갈매기들 틈에 바다비오리가 보였다. 민물에서 사는 비오리와는 달리 매우 날쌔게 생겼다.

 

삼길포항에 바다비오리가 이렇게 많은 것은 다른 항구와 달리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에서 생선을 정리하고

횟감을 떠주면서 부산물을 바다에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갈매기들이 좋아하고

작은 물고기들이 그것을 먹으러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바다비오리들이 서식하게 된 것이다.


꽃향기가 불어오는 초여름의 주말, 가정의 달 오월에 가족과 함께 삼길포항에 가서 싱싱한 회도 맛보고 그곳에서

갈매기와 먹이 경쟁을 하는 바다비오리의 모습도 살펴보자.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95 처녀치마 _ 야생화편지 29.

 

계곡을 지키는 요정, ‘처녀치마’

 

밤새 봄비가 창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며 시끄럽게 내렸습니다.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늙은 자귀나무를 깨우려고 했는지

천둥도 요란하게 쳤습니다. 비개인 아침, 보도와 도로의 경계에는 떨어진 꽃잎들과 밤새 날려 온 송홧가루가 엉켜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넓은 들판에도 노랗던 민들레들이 지금은 모두 하얀 모자를 쓰고 바람을 기다리며

여행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화장을 하지 않은 시골 여인 같은 수수한 차림의 산벚꽃도 하얀 꽃잎을 떨어뜨리고

겨우내 숨어있던 파란 잎들을 내밀며 여름이 바로 코앞에 와 있다고 소근 거립니다.


예쁘게 피어있다는 새우란을 찍으러 숲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가슴과 등에 땀이 흘러 내렸습니다. 앞이 훤히 트인 능선에

오르자 골을 타고 올라오는 봄바람이 온 몸을 시원하게 식혀 주었습니다. 바람은, 막 잎을 내밀은 연한 나뭇잎을

흔들어대며 상큼한 녹색의 향을 가득 담고 내 가슴을 휘젓고 지나갔습니다. 그 바람 속에, 앞산 계곡에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처녀치마가 피었다는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처녀치마를 찍으려고 몇 번이나 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꽃은 무작정 찾아 나선다고 해서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하면 만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름다운 자태를 담을 수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직장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주말을 이용해서 산과 계곡을 다니지만 꽃은 늘 나를 기다렸다가

그 시기에 피어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헛걸음을 했다고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꽃과 약속을 하고 간 것이 아니고 일방적인 내 계획에 맞추어 찾아간 나의 잘못이 많으니까요.

 

어쩌다 꽃 소식을 접하고 조바심에 휴가를 내어 그곳을 찾으면 일부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그 꽃을 캐어 간 후여서

실망을 한 적도 많았답니다.


일찌감치 정원에 피어있던 매발톱이 말라서 시들어가고, 봄비를 맞은 참나리의 싱싱한 새순에는 백합벌레들이 모여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손가락으로 튕겨내서 저 멀리 보냈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놔두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도 미안했고, 한편 그들의 애벌레인 새똥벌레가 참나리를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는

여유가 생기기도 한 탓이랍니다. 하지만 꽃이 나오는 곳에 앉아서 계속 새순을 먹어댄다면 아마도 나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른 봄부터 여름의 문턱까지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나를 함께 있게 한 봄꽃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바람꽃, 현호색, 봄까치꽃, 길마가지나무꽃, 미선나무꽃 모두가 내가 좋아하는 봄꽃들입니다.

어느 소설가의 어머니는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된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네가 소설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잊지 않도록 해라.”

나는 산을 오르고 계곡을 넘나들면서 꽃을 만나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이유를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그냥 꽃이 아름다워서요” 라고 간단히 대답을 합니다.


가끔은 꽃을 만나면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바라만 본 적도 있습니다.

다소곳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 꽃송이 앞에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면 깜짝 놀랄 것 같아서입니다.


오늘도, 처녀치마의 소식을 듣고 달려갔지만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다가 지난 밤 천둥에 놀라서

성장을 멈추었나 봅니다. 사람의 만남처럼 늘 때가 있는 것인데 나 혼자 약속을 하고 몇 번씩 찾아갔지만 그녀가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맑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인이 이 꽃을 담아서 보내 왔습니다.

 

주변에 이렇게 나의 부족한 사정을, 아쉬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길게 늘어진 긴 치마, 아름다운 꽃을 보면 왜 제가 그 꽃에 집착을 하는지 공감을 하실 것입니다.

그 꽃을 보면 어릴 때 이사 간 옆집의 작은 소녀가 어렴풋이 떠오른답니다.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94 서산 간월호의 잉어떼

서산시 간월호에 수십 마리의 잉어떼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30일 서산시에 따르면 최근 부석면 간월호 일원에서 어른 팔뚝보다 큰 길이 30Cm 가량의 잉어떼가 유영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일대에 서식하는 잉어떼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산란을 위해 부남호에서 해미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산교차로>

 

◎ 사진 설명 : 30일 서산시 부석면 간월호 일원에서 30Cm 가량의 잉어떼가 힘차게 유영을 하고 있다.

  •  
  •  
  •  
93 캐나다두루미 _ 새이야기 98.

 

 

올 가을에 다시 오겠습니다 ‘캐나다두루미’

 

4월 초, 천수만의 농경지에는 매우 귀한 손님이 도착을 했었습니다.

흑두루미 무리가 거의 4천여 마리까지 증가하여 그들이 모여 있는 농경지는 모두 ‘검정‘ 그 자체였습니다.


밤에는 간월호 하류의 사구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가 농경지로 향할 때에는

이곳은 진정 새들의 세상, 새들의 천국이라는 것을 실감 할 수가 있었습니다.


새들이 먹이를 찾으러 농경지로 날아갈 때만 그런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저녁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며 하늘과 호수가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을 때에는 아침 보다 더 멋진 장면이 연출되곤 하였습니다.

붉은 노을을 캔버스 삼아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간월호로 모여들 때에는 이세상의 풍경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 틈에 단 두 마리, 크기만 흑두루미와 비슷할 뿐, 색이 전혀 다른 두루미가 섞여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을 할 수 없던 그 새는 흑두루미의 어린새와 모습이 비슷하여

조류학자들도 무심히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캐나다두루미였습니다.


전체적인 몸의 색은 다 성장하지 않은 흑두루미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전혀 다른 외모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천수만에 찾아온 그 새는 언제나 두 마리가 붙어 다녔습니다. 아침에 호수에서 농경지로 날아 올 때에도,

저녁이 되어 잠을 자기 위해 간월호의 모래 언덕으로 날아갈 때에도 항상 함께였습니다. 먹이 활동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그 중 한 마리가 경고음을 보낸 후 두 마리가 함께 날아올라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남풍이 불어오면서 새들의 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남쪽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체력을 보충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캐나다두루미도 이동을 했습니다. 이동을 할 때에는 흑두루미 무리에 섞여서 함께 이동을 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관찰하며 주변에 맴돌았던 필자의 머리 위를 세 바퀴 돌고는 특유의 굵은 소리를 내며

부춘산 너머로 멀리 멀리 날아갔습니다.


잠시 후, 등산을 하고 있다던 후배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지금 팔봉산 정상 위로 흑두루미 무리가 북상을 하고 있습니다.” 고 알려줬습니다.


지난 봄, 팔봉산 등산을 할 때였습니다. 정상에서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고 있을 때 확실히 보았었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흑두루미 무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북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새들의 소리도 정확히 들렸지요. 이렇게 흑두루미 무리는 부춘산을 지나서 팔봉상 정상을 거쳐서 북쪽으로 날아갔던 것입니다.

이런 장면을 오늘 후배가 정확히 본 것이었지요.

 


 

 

 
이번에 소개하는 캐나다두루미는 조금 늦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기사를 보고 천수만엘 간다고 해도

지금 그 새를 만날 수는 없습니다. 예전처럼 기사를 보고 그 현장을 가면 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늦게 소개를 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이 새가 천수만에 도착을 하면 약 20 일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먹이를 충분히 먹어야 시베리아로 날아가서 번식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이 새를 보거나 사진을 촬영하려고 새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스트레스를 주게 되면 이 새는 아마도 시베리아로 날아 갈 수가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시베리아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 새가 안전하게

날아가는 것을 확인한 지금, 이제야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 가을, 아름다운 캐나다두루미가

번식한 가족을 데리고 천수만에 꼭 올 것입니다. 그 때에는 즉시 반가운 소식을 빠르게 전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92 미선나무 _ 야생화편지 28.

 

 

사랑스런 그녀의 이름은 ‘미선’

 

이렇게 꽃비가 내리는 봄날에는 그녀가 보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카메라를 챙겨놓고 길을 나서려고 하자

유리컵 위에 올려놓은 양파의 뿌리가 길게 늘어진 것처럼 유리창을 타고 굵은 빗줄기가 흘러 내렸습니다.

어제 꽃소식을 전해준 어느 여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후 마음이 급해집니다. 지난 해 조금 늦게 도착해서

시들은 꽃밖에 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피어있던 꽃들이 세찬 비바람에 떨어질까봐 조바심이 납니다.


빗줄기는 더 굵어집니다. 차를 마셔볼 양으로 가스레인지 위에 물을 조금 채운 투명 주전자를 올려놓지만

시선은 자꾸 창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비가 내리는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한수산의 ‘겨울 나그네’에 나오는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처럼

우아하게 한 잔의 차를 마실 텐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지난 봄이었습니다. 때를 맞추지 못한 나는 다 시들어가는 ‘미선’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꽃잎은 땅에 떨어져 있었고,

몇 개의 꽃은 색이 퇴색된 채로 가느다란 가지에 매달려 있었지만 은은한 향기만큼은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꿇어앉았습니다. 군 입대를 하면서 돌아서야 했던 첫사랑 ‘미선’이란 여인과 이름이 같은 시들은 꽃을 만나면서

왜 그녀의 슬픈 얼굴과 겹쳐 보였는지 나는 알 수 없었습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지자 얼른 차를 몰고 그녀를 만나러 떠났습니다. 아파트 주변에는 하얀 목련이 환하게 미소를 보여 주었고

근처 야산에는 진달래의 붉은 색이 보이긴 했지만 초점이 맞지 않은 풍경화처럼 내 곁을 빠르게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비는 멎었지만 바람은 제법 차가웠습니다. 옷섶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 때문에 가벼운 차림으로 그녀를 찾아 온 것을

금방 후회했지만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습니다. 논둑을 지나 숲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상큼한 풀 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긴긴 겨울을 이기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내 발에 밟힌 잡초의 새순이 나의 실수를 꾸짖는

대신 자신들의 독특한 향기로 항변을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첫사랑 그녀의 모습이 가물거리듯, 지난 해 만났던 미선이란 꽃의 윤곽도 가물거렸지만

나는 백색의 그녀를 만났습니다. 순간 가슴에 작은 등불이 환하게 켜졌습니다.


미선과의 만남을 시샘이라도 하듯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에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진한 꽃향기를 음미하면서 마치 첫사랑 그녀가 곁에 있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방금 목욕을 마친

여인처럼 미선은 싱그러웠고, 향기는 나의 온 몸을 감고 돌았습니다. 작은 꽃은 조금 전까지 내렸던 봄비로 인해

생기가 넘쳤습니다.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민 햇살로 그녀의 살결은 우윳빛으로 반짝거렸습니다. 눈이 부셨습니다.

그녀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만난 반가움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봄이 되면 꽃소식을 전해주는 눈 맑은 여인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미선이란 꽃이 피었다는 전화를 받고 비가 그치자마자

달려가서 만난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꽃이 내가 살고 있는 서산의 작은 야산에 많은 들꽃과 함께 피어있는 것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온갖 꽃들이 서로 다투어 피고 있는 봄의 한 가운데에 그녀는 충분히 특별했습니다.


오늘 밤, 침대에서 혹시나 잠꼬대를 할까봐 걱정입니다. 아직까지 비밀로 간직한 ‘미선’이란 여인과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숨겨두고 싶네요.


미선나무는 개나리와 같은 물푸레과의 관목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희귀한 나무입니다.

충북 괴산과 전북 부안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열매의 모양이 선녀의 부채를 닮아

미선(尾扇)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91 흰점찌르레기 _ 새이야기 97.

 

 가슴에 별을 담은 새 ‘흰점찌르레기’

 

3백만 마리에 달하는 ‘찌르레기’들이 월동을 위해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도착해 있는 장면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다.

많은 배설물로 인해 전신주 아래 세워 놓은 검은색 차량이 흰색으로 변하기도 했고,

그 아래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옷이 더럽혀지는 바람에 온갖 미움을 받으며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

로마에서 빈축을 받는 말썽꾸러기 찌르레기가 우리나라에는 없을까? 다행히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 새는 여름에 민가 근처 고목나무 구멍이나 건물의 틈에서 번식을 하여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겨울이 되어야

100여 마리씩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것이 고작이다. 바로 그 무리 속에 보기 드문 ‘흰점찌르레기’가 섞여서 월동을 하고 있는 것이

천수만에서 관찰되었다. 그 소식은 새를 촬영하는 사람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갔고 일주일 후에는 많은 사진가들이 다녀갔다.

몇 년 전까지 이 새는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 해남지방과 제주도에서만 일부 볼 수 있는 새였다.

 

그래서 조류학자들은 이 새를 길 잃은 새, 또는 미조라고 분류를 했다. 아마 찌르레기 무리 속에 섞여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학자들이 잘 확인하지 못했나보다. 간월호 상류지역에 비교적 많은 수의 흰점찌르레기가 추운 날씨에도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의 기후가 따뜻해져서 월동하기에 적당한 조건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류나 자연현상으로 인해 무리에서 떨어져서 본래 가고자 했던 목적지를 벗어나 다른 경로로 날아가게 된

새를 조류학자들은 ‘길 잃은 새’ 또는 ‘미조’라고 한다. 하지만 천수만을 찾아오는 흰점찌르레기는 더 이상 미조라고

분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숫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깃털의 끝부분이 가슴부터 몸 전체가 흰색으로 변한다. 검은색 바탕에 얼룩반점이 생겨나는 것이다.

즉, 온 몸에 하얀 별이 박혀 있는 것처럼 겉모습이 화려하게 바뀐다. 아마 찌르레기를 영어로 ‘Starling’ 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새의 온 몸에 하얀 별 같은 무늬가 가득한 것을 보고 지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특징으로 찌르레기 무리 중에 섞여 있더라도 쉽게 구분이 된다.


몸길이는 21.5cm정도이며 암수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암수가 서로 다른 빛깔이나 모양을 한 부분도 있다.

수컷의 가슴에는 가늘고 긴 깃털이 있으나, 암컷은 짧고 맵시 있는 깃털이 있다. 수컷은 부리의 기부에 파란색 반점이 있으나,

암컷은 분홍색 얼룩이 있다. 새끼의 경우 어른 새만큼 광택이 나지 않으며 날개 끝부분이 어미 새에 비해 둥근 편이다.


몇 년 동안 이 새를 지켜보며 분석을 해 보았더니 이들은 천수만에서 번식을 하지는 않았고, 봄에 북쪽 지방에서 번식을

한 후에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이동하다가 먹이도 풍부하고 기후가 따뜻한 천수만 지역에 머무르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주말에 천수만을 찾을 기회가 되면 이번에는 흰점찌르레기를 찾아보자. 찌르레기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곳에는

비슷한 크기의 눈에 띠는 화려한 색의 흰점찌르레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진도 찍어보자.

찌르레기 종류는 다른 새에 비해 경계심이 적어서 가까이 다가가도 잘 날아가지 않는다.


참! 봄비가 내린 천수만의 비포장 길은 매우 미끄럽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90 겨울잠에서 깨어난 도롱뇽

꽃샘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산 가야산에서 겨울잠을 깬 도롱뇽이 산란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산시에 따르면 12일 운산면 개심사 부근의 한 계곡에서 도롱뇽이 물 아래에 낳은 알을 보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가지처럼 생긴 긴 주머니에는 30~50여개의 알이 담겨 있다.

 

봄이 찾아오면 땅 속이나 바위 밑에 있던 도롱뇽들은 알을 낳기 위해 물으로 들어간다.

<서산교차로>

 

◎ 사진 설명 : 12일 서산시 운산면 개심사 부근의 한 계곡에서 겨울잠을 깬 도롱뇽 한 마리가 물 속에 낳은 알을

보호하기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  
  •  
  •  
89 황새 _ 새이야기 96.

 

 

‘봉순이’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요즘, 천수만에는 봉순아씨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눈에 보인다. 이곳에서는 가장 키가 크고

늘씬한 다리를 가진 각선미가 뛰어난 아가씨이다. 진한 립스틱을 칠한 듯, 붉은 입술과 하얀 옷에 검은색 무늬를

살짝 넣은 패션은 천수만에서 손꼽히는 멋쟁이 새다. 백로와 왜가리를 보고 두루미나 황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워낙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이 새를 보면 절대 혼동하지 않는다.


서산 근처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류연구가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여러 곳에서 그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오게 하는 봉순아씨는 2012년 일본 효고현 도요오카시 황새 복원지역에서 복원한

 ‘J0051’ 번의 예쁜 가락지를 찬 ‘일본산 황새’이다.


일본에서 자연 번식을 시키기 위해 방생한 황새가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나라 김해 화포천에 2013년 3월에 나타나자

봉하마을 사람들은 ‘봉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일본 학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했지만 본능에 이끌려

날아간 새를 어찌할 수 없어 매우 아쉬워했다.


봉하마을에서 생활하던 봉순이는 자신을 반기는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둥지를 만들어주면서 그곳에 머물기를 기대했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천수만으로 날아왔다. 천수만에 올 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떻게 만났는지 지난해 한국교원대 청람

황새공원을 탈출했다가 10개월 만에 청주에 모습을 드러냈던 황새 ‘미호’와 함께 왔다.

 

 


 

 

 

 

 

그리고 다른 황새들이 합류해서 13마리가 이곳 천수만에서 무리지어 활동하고 있다. ‘B49’ 발찌를 단 황새 ‘미호’가

천수만에서 봉순이와 함께 다정하게 먹이 사냥을 하는 모습은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봉순이와 그의 친구들을 위해서 버드랜드에서는 근처 조성된 무논에 많은 양의 미꾸라지를 풀어 놓아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황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황새들이 날아다니는 곳을 찾아다니며 본인들이 구입한

미꾸라지를 물이 고여 있는 논에 뿌려주고 있었다.

지난달에는 부석면 창리 철새 생태공원 근처에 조성된 무논 옆에 10여 미터 높이의 봉순이 둥지를 만들었다. 전신주 위에

둥지 모양의 구조물을 만든 인공 둥지에는 나뭇가지와 볏짚, 갈대들을 얹어 황새가 언제든지 쉽게 번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신환씨와 함께 이 작업을 진행한 조류연구가 도연 스님은 “둥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봉순이가 이곳에다 번식을 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야생에서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면 앞으로 두 개를 더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일요일 저녁을 함께 나누는 자리에서 도연스님은 “오래 전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황새를 일본에서는 복원에

성공을 하였고 그 새가 천수만까지 날아왔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보호활동에 앞장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여 황새의 먹이가 없어지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농민들을 잘 홍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새가 최근 천수만에 많이 나타났다고 학자들이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 황새들은 20여 년 전에도

평균 네 마리가 겨울이면 이곳에 찾아와서 월동을 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해미천과 연결되는

수로와 와룡천 근처의 수로, 그리고 써레질을 한 농경지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새였다. 다만 그 때에는 현대건설에서

천수만지역의 모든 농경지와 도로를 통제하던 시기였기에 학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끈한 두 다리에 가락지를 단 일본산 황새 ‘봉순이’가 지금 천수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는 과연 이곳에서 인공으로

만들어준 둥지에서 번식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곳에서 만난 다른 황새와 짝을 이루어 번식을 한다면 이보다 더

큰 경사는 없을 것이다. 모쪼록 이곳 천수만에서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 봉순이를 찾아다니던

사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최근 사이가 좋지 않은 일본관계도 이 새로 인해서 잘 풀렸으면 좋겠다.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88 풍년화 _ 야생화편지 27

 

올해 풍작 예감입니다 '퐁년화'

 

등 뒤에 무언가를 감추고 소리 없이 다가와 갑자기 아름다운 야생화 꽃다발을 불쑥 내밀던 초등학교 때의 소꿉친구처럼

올봄은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볼에 스치는 바람이 아직은 차갑지만 숲에 들어가면 보조개가 선명한

그 소녀와 얼굴을 맞댄 듯 따뜻한 바람이 나를 감싸고돕니다. 전혀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지요.


남녘의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에 이끌리어 지난 해 이른 봄에 만났던 풍년화를 만나러 가까운 야산의 숲에 들어갔습니다.

이른 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노란빛 아름다움을 만나고는 너무 기뻤습니다. 이렇게 예년 보다

보름이나 먼저 만났던 꽃 소식을 교차로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오늘 아침은 마냥 행복합니다.


풍년을 상징하는 풍년화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 중에도 논과 밭을 일구는 농부들이 애착을 갖는 꽃입니다.

농부들은 이른 봄, 비가 내린 후에는 마른 잎 사이에서 살그머니 피어나는 풍년화를 기다립니다. 자세히 보아야 꽃을

찾을 수 있는 토종 풍년화는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나무 아래에는 꽃이 피기 전에 사람들의 발자국이 가득합니다.

 ‘꽃이 언제나 피려나.’ 하는 조바심으로 매일 매일 그 나무 아래에서 꽃을 보려는 마음이 웃자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며칠 전 내린 봄비 때문인가 봅니다. 채 마르지 않은 나무 주변의 흙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기대가 되었습니다. 올려다 본 나뭇가지에는 연노란 빛의 작은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꽃은 생각보다 매우 작습니다. 그 꽃들은 채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마른 나뭇잎 아래에 다소곳이 피어 있었습니다.

해를 가리고 있던 먹구름이 걷히자 작은 꽃들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가지의 꽃들은

반갑다고 흔들어대는 어린 소녀의 귀여운 손가락처럼 정겨웠습니다.


“풍년화가 피었습니다.”라며 문자를 보내왔던 여인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았는지 달콤한 차를 타가지고 왔습니다.

이 여인은 자신이 근무하는 사무실 주변의 야산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나무들 이름과 산책로 주변에 피어있는

들꽃의 이름을 아는것은 물론 어느 시기에 그 꽃들이 피는 지를 잘 알고 있어서 새로운 꽃이 필 때마다 꽃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늘 들꽃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지나가던 어느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농사는 풍년이네”

 

 

 


이 노인은 알고 있었습니다. 봄비가 내리고 풍년화가 활짝 피면 그해 풍년이 든다는 것을.

아직은 볼에 스치는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이른 봄날이지만 길을 나서면 어느 새 주변에는 봄기운이 가득합니다.

논둑에는 파란 풀들이 발에 밟히며 내품는 풀냄새가 싱그럽고 봄까치꽃은 부지런한 꽃등에의 희롱이 간지러운지 쉬지 않고

고개를 흔들어댑니다. 비 개인 봄날, 한 겨울 내내 잠을 자고 있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폅니다. 며칠 전 비와 함께 세찬

바람이 자고 있던 나무들을 모두 깨웠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봄바람은 잠들었던 숲을 깨우고 가지마다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아직도 겨울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작고 아름다운 풍년화가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주기를 희망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분들에게는 농부가 풍년을 예상하듯,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이른 봄날의 풍년화 향기를 교차로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날려 드립니다.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  
  •  




단순하게 살라. 쓸데없는 절차와 일 때문에 얼마나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가? -이드리스 샤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