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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4902
제목 읍내동 이경택씨
등록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3/12/11(수)
열람 3,40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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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10월22일

 

 

 

누구나에게 공평한 24시간을 둘로, 셋으로 쪼개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있다. 이른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어둠이 깔린 길을

숨차게 다니며 신문을 배달하고, 7시반이면 집에 돌아와 아침 식사후 검정고시학원으로 가서 학원생들을 가르치는 그. 바로 올해

 50살의 이경택(읍내동)씨다.


검정고시학원에서 원생들을 가르치고 나면, 오후 4시부터는 본업인 과외를 시작해 밤 11시 30분에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새벽 5시부터 밤 11시 반까지 이어지는 하루 일정, 하루 네다섯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여건이 참 힘들기도 하련만, 습관처럼

몸에 배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몰아치며 참 많은 사람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IMF는 이경택씨에게도 비껴가지 않았다. 부족할 것 없는

집안에서 자라나 ‘부지런하게 살지 않아도 누군가 도와주겠지’하는 의지형 인간이었다는 그는 IMF를 겪으며 그의 말대로 ‘뒤늦게’ 철이 들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 서산에 내려와 일하며 “가장이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생활이 근면성실할 때 부인과 자식에게도 당당할 수 있었다”는

그는 “부지런하면 뭔가 댓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오후 3~4시부터 과외를 시작하다 보니 오전중에 뭔가 할 것이 없나 알아보게 되었어요. 교차로를 보다가 우연히 교차로 배포사원

모집공고를 보고 새벽일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누가 볼까 두려워 모자를 눌러쓰고 그렇게 다녔네요.”


검정고시학원에서 그를 선생으로 떠받드는 학생들이 신문배포하는 모습을 볼까봐 늘 편치 않은 마음으로 새벽일을 나섰다는 이경택씨는

어느날 6시쯤 교차로 신문을 배부함에 놓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 편치 못한 마음으로

웃으며 “운동삼아 합니다”하고 돌아섰지만, 뒷일이 걱정이었다고.


그러나 웬걸. 학생들의 반응은 이경택 씨 염려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검정고시학원 강사에, 밤늦은 시간까지의 과외도 모자라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나와 열심히 신문을 돌리는 모습에 칭찬과 격려가 이어졌다. “배 안나오는 이유가 있었구만요. 대단합니다. 선생님” 하는 말들에 멋쩍긴

 했지만, 지레 겁먹은 자신이 우스워 그다음부터는 눌러쓰고 다니던 모자도 안쓰게 됐다고 한다.


새벽일을 하는 아빠를 안쓰러워 할까봐 아들에게도 말을 안했는데, 매일같이 나가는 아빠를 궁금하게 여긴 아들이 엄마에게 물어 그 사실을

 알게된 후 “아빠. 같이 나가면 안되요? 도와드리고 싶어요.” 하더란다. 마침 방학이라 다음날 아들과 같이 나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시범을

보인 후 아빠는 필요한 부수를 주고, 아들은 달려가 배부함에 놓으며 그렇게 신문 배부하는 일을 마쳤다고 한다. 처음 나가던날, 일을 마치고

아들과 함께 편의점에서 먹던 컵라면 맛을 잊지 못하겠다는 그는 그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며 못내 흐뭇해 한다.


그는 자식들에게 “내가 제일 바라는 것이 ‘게으르지 말라’는 것이고, 제일 싫어하는 것이 ‘게으른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며, “내 자신이 게으르지 않게

살고 있으니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한분을 매일 보는데,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네요. 사실 생활에 찌들어 모르는 사람 쳐다보는 것보다, 폐지 하나 어디

더 있나 살피는게 우선일텐데도, 항상 미안할 정도로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내가 먼저 해야겠다고 맘먹어도 항상 늦어요.”베풀것도 없는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줄 아는 여유로움으로 하루를 사시는 그 분에게 참 많은 것을 느꼈다는 이경택씨는 거의 모든게 잠들어 있다시피

한 새벽에 집을 나서면 아무나 보지못하는 많은 것들이 보인다고 한다.

 

늘상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 만나는 풍경은 같지만,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살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과 함께이기에 새벽의

단잠도 결코 아쉽지 않다는 그.


더 욕심부릴 것도 없이 하루 24시간 주어진 시간을 알뜰히 쪼개 부지런히 살겠다며, 앞으로 몇 년, 몇십년 후 누구에게 내얼굴이 어떤지

 감히 물어봐도 “이 나이에 어울리는 편안한 얼굴입니다” 소리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한것 아니겠느냐며, 웃어보였다.

<서산교차로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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