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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15426
제목 책세상16. 늦게 피는 꽃
등록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3/12/18(수)
열람 3,2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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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4월19일

 

 

 

“얘들아 안녕! 내 이름은 국인이야. ‘한국인’ 난, 책읽기를 좋아해. 특히 고전을 많이 읽어. 한자도 잘해. 지금 준 4급 준비 중이야.

그리고 국어, 사회, 수학, 과학도 잘해. 연구하는 게 재미있거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3학년이 된 국인이가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합니다. 친구들은 국인이를 엄친아라고 놀려대면

재수없는 아이라고 손가락질까지 하지만 꿋꿋하게 소개를 다 합니다.

새로 만난 담임선생님은 선생님이 된 지 20년째가 된 뱃살 많고 턱이 두 개나 있는 여자 선생님입니다.

반 친구들은 다들 좋은 아이들 같았지만 그 중 옛날에는 엄마끼리도 잘 아는 사이어서 같이 수학 과외를 받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서로 어색하게 돼버린 재익이와, 언제나 웃고 있어서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 아직은 잘 모르는 미향이가 같은 반이 됐습니다.


3월, 학기 시작과 함께 봄은 물씬물씬 싱그러운 향내를 뿜으며 다가왔고 반 환경정리를 위해 작은 화분을 하나씩 가져오기로 합니다.

엄마가 미리 보낸 철쭉화분이 사물함 위에서 화가 난 얼굴처럼 내려다보고 있지만 멋진 화분을 가져와 잘 키우고 싶은

마음과 미향이 와도 친해지고 싶은 생각에 국인이는 살짝 마음이 설렙니다.

국인이는 학교가 끝나면 영어학원에 갑니다. 날마다 30개씩 영어 단어 시험을 보고 영어회화 내용을 다 외워서 외국인 선생님과

말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는데 학교에 있을 때도

계속 문자를 보내 확인을 하는 엄마 때문에 국인이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앞에서는 똑똑하고

당당하고 우쭐거리는 국인이가 엄마와 어른들 앞에서는 주눅이 들어 말을 하지 못합니다.

오늘도 외국인 선생님과 대화도 하지 못하는 국인이를 보며 엄마는 국제 중, 백점, 운운하며 화를 벌컥벌컥 냅니다.


다음날, 엄마는 옛날 양반들이 심었다는 ‘학자수’를 화분가게에서 배달을 시키고 미향이는 잎을 건드리면 오모라드는

‘미모사’를, 재익이는 ‘사철 베고니아’를 어떤 친구는 ‘병아리 눈물 꽃’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화분을 가져왔고 그 중 미향이의

‘ 미모사’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이 됩니다.


교실 창가에 조롱조롱 놓인 화분은 물을 먹고 햇빛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갔고 아이들도 점점 더 친해져 가는데

국인이 엄마가 보내 준 학자수와 철쭉꽃은 병든 병아리처럼 시들시들 축 늘어져 잎을 떨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원래부터 썩은 나무였다고 놀려대는 재익이에게 급식시간에 국물폭탄을 만들어 던지려다가 들키게 되고 그동안

꽁꽁 감추었던 마음을 털어놓는 국인이를 선생님은 꼭 안아주십니다.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애들도, 어른들도 건들지 못할 것 같아요.”

“돌멩이를 보면 마구 던지고 싶어서 집 베란다에 많이 모아 놓았어요.”

유치원에서 얻은 미모사 화분이 엄마의 손에서 내던져지고 영어를 잘하기 위해 함께 살아야 한다는

필리핀 영어선생님과의 만남, 화산처럼 부글부글 터져버릴 것만 같은 국인이는 결국 집을 뛰쳐나갑니다.

“미안해, 네 마음도 모르고 내 생각만 했어. 내 마음의 가시가 너한테 옮아 갔나봐.”


오랜만에 엄마 품에서 분홍색 향기가 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국인이는 잠이 듭니다. 엄마가 보낸 ‘학자수’는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학교 화단으로 옮겨 심어졌고 아이들은 화분을 키우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됩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건 양분, 햇빛, 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저마다 필요한 양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똑 소리 나게 미향이가 말합니다.


“중요한 발견이야. 선생님처럼 뚱뚱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날씬한 사람도 있고, 좀 까칠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식물도 각각의 특색이 있고, 우리는 그걸 배우는 거지.”

국인이네 집 베란다에 있는 카랑코에와 제라늄에 꽃이 피고 미모사는 잎을 오므리고 자고 있고 교실에 있는

철쭉에도 아기가 입을 오물거리는 것 같은 꽃이 핍니다.

수업이 끝난 뒤, 미향이는 친구들과 공원으로 놀러가고 국인이는 운동장에서 재익이가 던진 야구공을 잡으려고 뛰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며 교실 창가에 선 선생님은 오랜만에 커피를 마십니다.

 

“그래, 늦게 피느라 너희도 힘들었지?”

작가 양인자 선생님은 어렸을 적에 국인이처럼 할 말을 빨리빨리 못하고 우물거리거나 속으로 삼켜버렸다고 합니다.

예쁘고 꾀도 많고 말도 많았던 다른 형제에 비해 늘 뒤 쳐졌고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언니들에게 놀림을 받았기 때문에요.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기억해 내며 철마다 다 다르게 피고 지는 식물들의 모습에 대비해서 문제를 풀어가고 천천히

배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낸 겁니다. 교실 안과 밖에서 왁자지껄, 시끌벅적 자라면서 각자의 때에 맞게

피어나는 꽃처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국인이처럼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자연과 놀면서 천천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은 아이들에게 현실은 친구와

비교하고 일등만하라고 하면서 빨리 빨리 재촉하니까 말은 입속에서만 맴돌고 행동은 삐딱해지면서 한없이 버겁고 힘들어

지는 거지요. 그래도 마음을 열고 기다려 주고 함께 놀아주는 미향이 같은 따뜻한 친구가 있어서,

그리고 늦게라도 엄마가 국인이의 마음을 이해해 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식물에게 필요한 물, 햇빛, 양분의 양이 다 다르듯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너무 지나친 사랑과 관심은

숨이 막히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 모두는 다 활짝 피어날 꽃과 열매랍니다. 좀 일찍 피어나는 꽃,

좀 더디게 피어나는 꽃도 있겠지요. 그냥 믿고 기다려 주면 늦게라도 꼭 피어날 겁니다. 더 예쁘고 활짝 말입니다.

제법 밝고 화사한 봄 햇살 속에서 우유 빛 목련꽃이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 모습, 하도 도도해서 찡긋!

“너도 늦게 피느라 고생했구나!”

 


<함께해요>

1. 계절이 바뀌고 새 학년이 시작되는 3,4월은 적응기간이라 몸도 맘도 힘든 때입니다. 아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더 많이 해 주세요.

2. 작은 화분 하나씩 키워 보세요. 식물일기를 쓰면 더 좋겠지요.

3. 반 친구들 이름, 좋아하는 계절, 색깔 등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한 미션을 함께 해 보세요.

4. 자기 소개글을 써보세요.


<서산교차로 박혜경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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