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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28225
제목 충청남도 무형문화제 제27호 승무 전수조교 이애리씨
등록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6/04/08(금)
열람 1,1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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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고와서 서러워라

 

학이 날아오르기 시작하듯 긴 장삼이 흐느적거린다. 펄럭일 때마다 공기가 갈라지고 입안이 말라오기시작한다. 점점 춤사위가

 빨라지는 사이 보는 호흡도빨라진다. 뺏긴 시선을 좀처럼 거둘 수가 없다. 무대를 가르듯, 세상을 휘감듯 반원을 그리며 펄럭이는

하얀 장삼. 슬쩍슬쩍 보이는 하얀 버선발의 뾰족한앞 코. 그 무거운 발짓이 마음을 들었다 내렸다 한다.


하이얀 고깔 사이로 감춰진 채 설핏설핏 보이는 하얀얼굴. 곱다. 슬쩍슬쩍 보고 또 보고 싶다. 내리감은눈매가 고혹적이다. 흔들림

 없는 단아한 표정이 그윽하다. 그녀가 치맛자락을 럭이며 한 바퀴 돌 때마다 마음도 팽그르르 돈다. 그녀가 장삼자락으로 북을친다.

 힘이 있고, 크고, 활기차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기 시작하면 가슴도 울린다. 통통통 북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심장도 같이 둥둥

북 소리를 낸다. 북 채가 두드리는 것이 북인지, 보는 이의 가슴인지 알 수가 없다. 온통 그 춤사위와 소리, 그 호흡에 눈도, 귀도,

마음도 맡겨버리고만 싶다. 그 마음이 풀어져 한없이 흘러간다. 장삼 자락마다, 버선코마다, 고깔마다 머문다. 그 자리마다 두둥실

 마음이 부풀어 올라흐느적댄다.


그녀의 춤은 그렇듯 사람의 마음을 잡아끈다. 그 옛날 10년 정진한 스님의 도를 깨트린 춤이 심화영류의 승무라고 했으니,

도도 닦지 않은 무른 가슴속이야 오죽하랴.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전수조교인이애리씨. 그녀는 승무의 예능보유자인 심화영 선생의 외손녀이다. 그녀에게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 ‘심화영 선생의 외손녀’란 말. 그녀에게는하늘같은 자부심이기도 하고, 산 같은 책임감이기도하다.

우리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알아주는 심정순일가의 마지막 계승자란 자리도 절대 놓을 수 없는줄이 되기도 하고,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가장 큰짐이 되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승무란 평생의 업이자, 기쁨이다. 그런 그녀에게 외할머니는 살아계신 예전이나

 돌아가신 지금이나, 평생의 스승이고 부모고, 하늘이다.


“할머니가 2009년 11월 17일 96세의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7년이나 지났는데, 지금도 많이 생각나고보고 싶고 그리워요. 지금 제

옆에 계시다면 든든한지원군이 되어 주셨을 텐데, 살아계시는 그 자체가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서른 여덟 살의 나이. 7살 난 아이의 엄마. 주부. 아직 세상을 알기엔 너무 어리다면 어린 나이. 지고 가야 할 일상의 짐도 많건만,

그녀의 가녀린 어깨의 짐은 할머니가 평생을 바쳐 지고 온 짐을 이어진 것이다. 내려놓을 수도,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없는 삶. 핏줄은

 그렇게 외손녀에게 이어져 다시 피어올랐다.“할머니께서는 승무가 우리나라 춤 중에 가장 어렵다고 하셨어요. 승무만 추면 다른 춤

 다 출 수 있다고요. 누가 뭐래도 전 이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갈 거예요.”


어린 손녀를 가르칠 적, 자상하다기 보다 차가웠던할머니, 아니 한없이 좋기만 한 할머니이기 앞서엄한 스승이셨던 그 할머니는 이

 고운 봄날, 한 마리나비가 되어 앉아 손녀의 춤을 봐주셨을까. 이제는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또 날아가셨을까.


그녀의 할머니가 네 살 때부터 예술의 소리와 몸짓을 일상으로 익히며 자랐듯, 이애리씨 역시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의 춤과 소리를

보고 자랐다.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놀러왔다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본 그녀는 장구를 사달라고 해서치면서 놀았다.

 춤도 배웠다.

 

 


“할머니가 많이 혼내신 적은 없는데 그래도 좀 엄한 분이셨어요. 너무 한꺼번에많은 것을 바라시고 기대치도 높으시니까어린 제가

 따라가기에는 힘이 들었어요. 제가 유일하게 춤을 배우는 손녀라서 그러신건지, 욕심이 생기셨는지 밤에 드라마도 못보게 하면서

그 시간에 가야금 한 줄이라도더 뜯고 자라고, 안고라도 자라고 하며 혼내신 적도 많아요.”


그녀는 그렇게 할머니와 쌓은 시간이 많다. 남들 다 노는 나이에 동무들과 마음껏놀지도 못하며 춤을 배우고, 친구들이 드라마에

 빠져 있을 때 가야금을 뜯고 살았다.

놀지도 못하게 하고, 잘한다 소리도 아끼던할머니지만, 손녀 이애리씨는 할머니 목욕도 손수 해드리던 착한 손녀였다. 할머니등도

 밀어드리며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던 그 때는, 그녀의 친정엄마와 할머니보다, 손녀인 그녀와 외할머니 사이가 더 가까웠던

시절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더 애틋하고 더 아꼈던 할머니의 예술세계. 그 깊이보다, 그 넓이보다 세상에서 더 빠르게인정받지

못함이 늘 아쉬웠던 그녀였지만,할머니의 뒤를 이어 묵묵히 걸어가는 중이다.


“할머니의 뒤를 이어 엄마나 이모 세대에서 배웠으면 더 수월했을 텐데, 한 세 대를 뛰어 넘어 배우고 이어 가려니까 어려움이

너무 많아요. 7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거니까 그 세대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어요. 할머니도 하나라도더 해주고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셨고요.”그녀의 할머니 심화영 선생은 여든여덟살에 우리나라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으셨다. 그리고 승무의

 예능보유자로 전승에애쓰시다가 아흔 여섯의 나이로 타계하셨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의 승무를 보고 배우며 보유자 이전 단계인

승무 전수조교의 자리에 선 그녀. 할머니가 안계신 무거움과외로움을 곳곳에서 혼자 맞닥뜨려야 한다.


“승무 이수자들이 많이 생겨나야 승무가 보급이 되고 계승이 될텐데, 이수자가되려면 승무 보유자의 추천서가 있어야 해요.

지금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상황이라 보유자의 추천서를 받을 수가 없어요. 돌아가시기 전 받은 6명에 머물러 있는 상태예요

. 제가 할머니의 뒤를 이어 보유자가 되기 위해 도전해봤는데, 벽이 높았어요. 이유는 ‘보유자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맥이 끊기기 전에 어서 많이 보급시키고 싶은데 현실의 벽에 부딪쳐 있다 보니, 답답하고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도늘 그랬던 것처럼 털고 일어나야 해요.”그녀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힘이 되는것은 그녀의 어머니다. 어쩌면 심화영 선생의 수제자가 되어 춤을 추고 있을 수도 있는 이애리 씨의 어머니는 그 삶을 비껴

 가,자신의 딸 뒷바라지에만 애쓰고 산다. 공연이 있을 때는 따라가 매니저 역할도 톡톡히해주시던 어머니는 지금은 일곱 살 난

손자를 틈틈이 돌봐주신다. 그런 어머니가 있어서 얽매이지 않고 공연도 가고, 강습도 다니며 승무 보급과 계승에 힘 쓸 수 있는 것.


“저는 평생을 다른 것을 꿈꿔본 적이 없어요. 힘이 들어도 춤으로 만나는 수업과공연이 너무 좋아요. 공연을 할 때가 제가제일 편안할

 때예요. 서른여덟 제 또래의여느 주부들처럼 아이 키우며 평범하게 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제 성격자체가 가만히

집에만 있을 수도 없고, 태어나길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으니 운명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려고 해요. 춤추는 게즐거우니까 계속할 수

 있는 거겠죠?”타고난 운명을 천명처럼 받아들이며 고고하게 한 길을 갔던 외할머니 심화영. 그리고 심화영 선생에게 예술적 부름을

 반듯하게 심어주었던 그의 큰오빠 심재덕, 그리고 손님 같았지만 수많은 예술인들을 집안으로 들이며 예능인의 가풍을

만들어주던선생의 아버지 심정순. 그리고 피리와 퉁소의 명인이었던 할아버지 심팔록. 예술의 피는 그렇게 시작되어 끊이지 않는

 질긴 숙명과 끼가 되어 이애리씨 에게까지 대를 이어전해졌다. 그리고 그 운명은 고스란히 춤이되고 예술의 혼이 되었다. 피를

속이지 못하고 날마다 긴 장삼 휘날리며 북채를 잡는이애리씨. 서른 여덟 그녀의 삶이 승무처럼 처연하고 아름답다.

<서산교차로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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