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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24946
제목 쉼이 있는 정원
등록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5/05/15(금)
열람 2,7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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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품과 나눔의 꽃 만발하는 ‘쉼이 있는 정원’

 

옛날에 아름다운 거인의 정원이 있었다. 거인이 오랫동안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은 거인의 정원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

집으로 돌아온 거인은 아이들을 다 내쫓아 버리고는 정원 둘레에 높은 담장을 만들어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아이들이 찾아오지 않자 거인의 정원에는 꽃이 피지 않고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다운 새소리에

이끌려 정원으로 나간 거인은 담장 밑의 뚫린 구멍으로 들어와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고,

봄도 같이 정원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나누고 나서야 진정한 봄을 맞이하게 된 거인의 정원에 대한 동화다. 거인이 그토록 정원을 지키고자

했던 것은 정원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인지면 모월2리에 가면 거인의 정원에 견줘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거인의 정원과 다르게 높은 담장도, ‘아무도 들어오지 말 것’이라는 팻말도 없다는 것.

그 흔한 문조차 없고, 방문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만 꽃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3천여 평의 널따란 부지에 가득한 분홍색의 영산홍들이 봄바람에 너울대고, 흰빛, 진한 분홍빛으로 물들어 꿋꿋하게

봄을 지키는 철쭉들, 그리고 흰 꽃을 주렁주렁 달고 선 마로니에 나무들이 죽 늘어서 길을 안내하는 이곳은 ‘쉼이 있는 정원’이다.

이곳의 주인은 거인도 아닌, 인지면 모월2리의 전 이장인 서학동(49)씨.


“이곳은 원래 대나무천지의 밭이었어요. 처음에는 사람이 다니지도 못하게 대나무가 빽빽했는데, 하나하나를

일일이 낫으로 베어냈어요. 봄에 며칠을 낫질만 하다가 무릎을 찍어서 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진적도 있죠.”

 

 


서학동씨는 사람 하나 다니지 못한 채 버려지다시피 한 대나무 밭이 아까웠다. 그 많은 대나무를 베어내고 중장비를

끌어다가 다져낸 땅에 한그루 한 그루 꽃을 심기 시작했다. 자란 꽃나무들은 옆 나무와 붙어 자랐다. 그래서 옮겨심기

시작한 것이 한 해 두 해 묵으며 이렇게 큰 정원이 됐다. 봄이 되면 꽃 잔디와 영산홍이 만개해 꽃 대궐을 이루는 이 정원은

애초 빗장이란 것이 없었다. 울타리조차도 만들어 진 적이 없다. 원래 있던 소나무들 사이로 갖은 꽃들과 나무를 심어 굽이굽이

꺾어질 때마다 산속의 호젓한 숲길을 걷는 듯, 앙증맞은 꽃들이 만발한 꽃밭을 거니는 듯 아주 특별한 정원을 만들어 냈다.


“그동안은 가꾸기만 하다가 작년 봄에 꽃구경 하러 오라고 정식으로 알려 많은 분들을 오시게 하려고 했는데 세월호

사건이 생기면서 그러지 못했어요. 아직 제대로 알린 적은 없는데 알음알음 한 두 분 다녀가시면서 소문을 듣고 많이들 오세요.

이름도 없던 곳에 ‘쉼이 있는 정원’이라는 이름도 붙였어요. 누구나 와서 편하게 머물다 가라는 뜻을 담은 거지요.”


그가 만든 정원에는 곳곳에 나무로 만든 벤치도 있고 의자식 그네도 있다. 길이 끝날 즈음이면 나무로 만든 다리가 나타나고,

계단도 이어진다. 정원 안에는 정자와 운동시설도 있어서 누구나 편히 쉬어갈 수 있다. 정자에는 저녁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전등도 달아놓고, 먼지를 털고 앉으라고 걸레와 빗자루도 상비해 둔다.

불편함 없이 편하게 머물게 하고 싶은 서학동씨의 마음이다.

 


 

 


서학동 씨가 정원을 만들기로 생각한 것은 모월2리의 이장으로 있을 때부터이다. 갈수록 침체되어 가는 농촌마을에

뭔가 변화를 줘서 활력소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마을 안에 아름다운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농촌마다의 마을들이 다 비슷하다면 우리 마을 만큼은 좀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던 마음이 발동한 것.


“지금은 원하는 대로 가고 있어요. 전원주택단지도 들어와서 활력도 생기고, 개발도 되고 있고, 인구도 유입되고 있어요.

이 정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마음과 노력들이 모여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월2리의 마을 어른들은 이곳 쉼이 있는 정원에 마실을 나온다. 운동도 나오고 산책도 나온다. 가까운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오기도 한다. 사진 촬영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 정성들인 정원에 들어오는 것을 미안해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언제든, 누구나 이곳은 공짜라고. 와서 봐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이라고.

그래서 누군가 입장료를 받으라는 소리에도 손사래를 친다.


“무슨 꿍꿍이가 있느냐고들 해요. 시의원 나갈 거냐고 묻기도 하구요. 만약 이 넓은 정원을 혼자 차지한들 무슨 즐거움이

있겠어요. 돈을 받는다면 제가 원래 생각한 철학하고는 맞지 않아요. 부모님 대대로 물려온 땅이 사람들에게

좋은 쉼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귀한 입장료가 되겠네요.”


어느 날 부터는 동네 어르신들이 꽃씨를 받아다 준다. 그리고 또 어느날은 나무를 사다가 주기도 한다. 그런 어르신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서학동씨. 가진 것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진정한 거인의 정원은 사시사철 훈훈한 봄이 가득하다.

 

✽인지면 모월 2리 93-12
<서산교차로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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