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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더 흙 펜션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9/03/22(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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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장의 DNA 살아 꿈틀거리는 흑백사진 속 그 풍경



유난히 바다를 접한 곳이 많아 그 해안을 타고 늘어선 갖가지 펜션들이 그득한 이곳 태안! 다른 펜션들과 유난히도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아주는 곳, ‘더 흙 펜션’이다. 펜션 앞에 펼쳐진 것은 바다를 대신한 농촌의 풍경들이다. 농사를 마치고 휴식을 맞은 논과 밭들이 메마른 겨울옷을 입고 있다. 그 을씨년스러운 모습조차 이 펜션과 어울리는 배경이 된다. 

‘더 흙 펜션’은 네 동의 황토 집으로 만들어져 있다. 전통 황토를 개어 만든 전통 그대로의 흙집이다. 벽의 두께만 해도 43cm에 이른다. 마치 동화 속 버섯나라에 온 듯, 아니면 일곱 난쟁이라도 튀어 나올 듯 동그란 모양의 집들은 아담하고 예쁘다. 황토의 벽에 나무를 박아 만든 독특한 집 모양을 따라 한 바퀴 돌자니, 뜨끈한 기운이 물씬 피어나는 아궁이가 보인다. 묵직한 아궁이 문을 살그머니 열고 보니, 불길은 어느새 잠재워지고 붉은 불기운으로만 남은 참나무 숯이 이글이글 타고 있다. 아궁이의 불길 따라 방안의 구들 판이 오랜 시간 달구어진다. 그 뜨거운게 좋아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랫목이 새까맣게 탄 모습이 와락 반긴다. 바로 이거다. 어릴 적, 지글지글 너무 뜨거워 맨 손으로는 만질 수 없던 이곳! 얼마나 뜨거운 시간이 반복되면 그 시간이 까맣게 탄 자국으로 남았을까! 새파랗게 얼은 두 손을 그 위에 얹는다. 뜨겁다. 뜨거운 기운이 손바닥을 타고 팔뚝을 타고, 온 몸의 혈관을 타고 흘러 온 몸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살그머니 발도 얹어 본다. 너무 뜨거워 발가락을 꼼지락 거려 본다. 이 여행! 이것이 그리워 왔다. 아파트 가스보일러, 온수매트, 찜질방 그 뜨거운 기운으로도 가질 수 없던 이 뜨거운 그리움. 어릴 적 겨울은 왜 그리도 추웠던지, 작은 손은 왜 그렇게 늘 빨갰는지! 추위에 얼어버린 손을 구들장 아랫목 이불 안에 넣으면 왜 그리도 뜨거웠던지, 추억이 그리움으로 흘러 온 마음이 덥혀진다. 



한창 구들장의 뜨거운 그리움에 빠져 있는 사이, 똑똑!! 이 집만의 특별한 선물이 도착한다. 그 옛날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가 가마솥에 푹신 고아 주시던 토종닭 백숙 그 맛 그대로의 백숙이다. 이 집의 주인장이 작은 닭 두 마리에 황기와 쌀을 넣고 푹 끓여주는 백숙은 양도 많고 맛도 좋다. 뜨끈뜨끈 몸을 지지며, 담백한 닭고기를 뜯고 있자니, 세상 급할 것도 없고, 세상 부러울 것도 없다. 마음도 늘어지고, 몸도 편히 이완된다. 

저 멀리 장작을 패는 소리도 정겹고, 집 밖 아궁이 옆 뜨끈한 굴뚝 위에서 엎치락뒤치락 장난질하기 바쁜 고양이 세 마리도 귀엽다. 안을 채운 소나무와 편백나무의 향은 은은하고, 매운 겨울바람에 흔들거리는 대나무 밭 수런거림도 편안하다. 
이곳 펜션이 특별한 것은 여행의 꽃인 저녁 바비큐를 보다 특별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토와 심해석으로 직접 만든 동그란 화덕이 투박하다. 참나무를 올려 불을 피우니 금세 모닥불이 만들어진다. 그 곁에서 불을 쬐다가, 불길이 사그러들고 붉은 열기만 남으면 그 위에 철판을 얹어 고기나 해산물을 구워 먹으면 된다. 흔하디흔한 번개탄이나 숯 탄 대신, 몸에 좋은 참나무의 향을 입은 바비큐 구이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다. 



이곳 펜션의 욕실 안에는 스파를 즐 길 수 있는 편백나무 욕조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일반 스파 욕조보다 네 배 정도 비싸다는 편백나무 욕조에 지하 39m 깊이에서 길어 올린 깨끗한 지하수로 즐기는 한 겨울의 스파는 느낌이 특별하다. 황토벽, 아궁이, 구들장, 오래된 우물, 참나무 숯, 편백나무 욕조, 지하수 수파와 마당, 가마솥, 백숙 등 더 흙 펜션이 한 가지 테마로 가지런히 맞춘 것들이 커다란 퍼즐 조각처럼 편안하게 맞춰진다. 
사실 이곳은 꽤나 심심한 곳이다. 할 일도 그다지 없고, 즐길 거리도 없다시피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의무와 자유를 원한다면 그래도 이곳이 제격이다. 한껏 게으르게 늘어질 권리, 느리고 불편한 것들을 오히려 즐길 자유가 있다. 

심심하다면 더 흙 펜션 내에 있는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펜션의 근처를 돌아볼 수 있는 재미도 있고, 가까운 바다에서 낚시나, 바다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 걸어 10~15분 정도 거리에 태안의 빛 축제도 함께할 수 있고 쥬라기 월드나 백사장 항도 가까워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열심히 살아가다가, 어느 날 불현듯 따스한 아궁이 앞이 그립다면, 까맣게 타도록 뜨거운 구들장 위 아랫목의 그 기운에서 따스한 어릴 적 추억에 잠기고 싶다면, 그리고 잊혀진 듯 해도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흐르는 아궁이와 구들장의 DNA가 꿈틀거린다면 흙냄새, 나무 냄새 정겨운 이곳에 가보자. 저 멀리 희미한 추억이 하얀 굴뚝 연기처럼 피어올라 아궁이속에서 구워주던 외할머니의 군고구마 냄새에 닿을 테니까.   

<배영금 기자>

●●● 더 흙 펜션 ☎ 010-2679-7890
        충남 태안군 남면 마검포길 162-27
        (신온리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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