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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조은분식, 문구점 이효구, 양영의 부부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6/07/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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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특별한 것은 없어요. 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지.”


2004년에 이곳에 처음 문구점을 열 당시만 해도 부부는 문구점 일을 같이 했다. 그러다가 대형문구점의 위세에 밀려 문구점 일이 줄어들면서 가게를 반으로 나눠 문구점 바로 옆에 20평짜리 분식집을 냈다. 학교가 파하는 시간이면 이곳은 아이들 차지가 된다. 5백 원짜리 하나 들고 와 슬러시를 사먹기도 하고, 친구 둘이서 즉석 떡볶이 1인분을 시켜 사이좋게 나눠먹기도 한다. 끊어질 만하면 다시 우르르 몰려들고, 조금 한가하다 싶으면 다시 또 줄을 이어 들어온다.

아파트와 초등학교 사이에 있다 보니 이곳은 간식 손님도 많지만, 간단한 저녁을 때우기 위한 가족들의 외식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식구들 한줄 씩 먹을 김밥 다섯줄과 순대 2인분을 포장해가기도 하고, 얼큰한 육개장을 냄비 채 들고 와 사가기도 한다. 이 집의 인기 비결은 다양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에 있다.

김밥류부터 떡볶이, 라면, 떡국, 쫄면, 비빔국수, 칼국수, 육개장 등 차림 판에 써 있는 메뉴가 자그마치 24가지나 된다. 콩국수나 열무 냉면 등의 계절 음식류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만들어 팔 수 있는 것들. 떡볶이 전문점에서나 가능한 즉석 떡볶이도 팔고, 라면을 앉은 라볶이, 치즈를 더한 치즈떡볶이 까지 그 메뉴가 가지를 치니 골라 먹는 재미도 크다. 거기에 김밥 한 줄이 천원, 잔치국수가 3천원, 비빔밥이 4천원, 돈가스도 5천원이면 된다. 용돈 받아 간식 사먹는 아이들 상대로 하는 분식집이다 보니 비싸게 팔수가 없다.

주머니 사정 가벼운 어른들도 이 집만큼 만만한 곳이 없다. 식사시간마다 대놓고 와서 먹는 살기 바쁜 민초들도 많고, 저녁마다 들러 메뉴 한 가지씩 돌아가며 포장을 해가는 혼자 사는 남자도 있다. 번듯한 인테리어와 그럴듯한 메뉴는 없지만, 언제나 들러도 부담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와 메뉴는 언제나 오케이다.

 

 


“식자재 값이 많이 오르긴 했는데, 그렇다고 따라 값을 올리기는 그렇더라고요. 야채 값이 겨울에는 비싸도 여름에는 또 싸지기도 하니까 쌤쌤이 되는 거죠. 손님들이 이제 그만 값을 좀 올리라는데, 안올리는 중이에요. 갈 때 까지 한번 가보려고요.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볼 게요.”

조은 분식이 꾸준한 인기를 얻는 것은 주인 내외의 마음도 한 몫 거든다. 한 줄에 1천원 밖에 하지 않는 김밥을 만들면서도 재료는 늘 좋은 것을 쓰려고 노력한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쌀과 고춧가루, 김치는 국산이다. 밥도 한 번에 많이 하면 맛없다는 이유로 조금씩 여러 번 한다. 쌀을 씻고 안치는 일이 귀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깟 일이 뭐가 귀찮으냐는 웃음이 돌아온다.

김밥에 들어갈 밥도 미리 양념을 해두지 않는다. 손님이 올 때마다 주문하는 양에 맞춰 밥을 덜어 간을 해서 만다.
 

 

 

손님들은 주인장 내외의 그런 정성이 좋은 거다. 말하지 않아도 보면 알 수 있는 것. 일회용이 아닌 수년간 꾸준히 보여준 마음들이다.
아이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면 분식집은 시장 통으로 바뀐다. 엄마 손을 이끌고 온 아이들, 친구들과 우르르 들어서는 아이들, 숙제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러 온 학생 들이 끊이지 않는다. 메뉴가 여러 개 밀리고 가게 안이 손님으로 꽉 차도 부부는 여전히 조용하다. 손님들이 많으면 더 차분해지는 부인 양영의 씨의 성능력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오빠가 하던 서점 일을 거들 때부터 인정받던 그 차분함속에서 오로지 눈으로는 순서를 기억하고 손으로는 부지런히 순대를 썰고 라면을 끓일 뿐이다. 그 사이 오이와 당근은 넣지 말아달라는 주문도 기억하고, 오래간만에 찾은 단골의 얼굴을 기억해 인사도 건넨다.

 “분식집하고 문구점하고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안 성가시고 재밌어요. 재미없으면 못하죠. 지겹지도 않고요. 아무리 대형 문구점에 밀려 문구점 장사가 안 되도 공책 하나 연필 한 자루라도 찾는 학생 손님들이 있으니까 하는 데까지는 해야죠.

1~2학년 아이들은 너 커서 뭐될래? 하고 물으면 “문구점 주인 할래요”하는 애들이 아직도 많아요.


그런 애들 귀여워서 하는 거예요. 이렇게 작게 장사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욕심 없이 밥 먹고 살 정도만 되면 되죠 뭐.”  웃으면 부챗살처럼 눈가의 주름조차 꼭 닮은 부부는 큰 욕심이 없는 것도 닮았다. 큰 돈 버는 장사는 아니지만, 이곳이 좋아 하루가 멀다하고 찾는 손님들이 좋아 하루하루 웃음으로 문구점과 분식집을 지킨다는 이효구, 양영의 부부. 그 사람 좋은 냄새가 갓 만든 떡볶이 냄새만큼이나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 냄새 한번 참 입맛 당긴다.

✽조은 분식, 문구점(서림초등학교와 서림병설 유치원 사이)
<서산교차로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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