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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난농원 이인경 홍석흥 부부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6/11/1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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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으로 피워내는 난꽃들, 삶의 향기가 되어

꽃이 웃으니, 내가 웃고, 내가 웃으니 꽃이 웃는다. 꽃은 그래서 좋다. 피기 전에 설레고, 피어서 황홀하고, 지고 말아 못내 애잔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다림. 그런 꽃들에 둘러싸인 삶은 꽃길일까? 
화원 밖, 비닐하우스 밖, 밖에서만 보는 꽃의 인생은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다. 바라만 봐도 좋고, 받기만 해도 좋은 꽃을 숨결처럼 늘 붙들고 산다는 것은 분명 멋지고 행복한 일. 그러나 그 안으로 한발만 더 들어가 가만히 그 삶을 들여다보면, 꽃을 붙들고 사는 인생은 꽃이 피고지고 따라 기쁘고도 애타는 삶이다. 그런 삶이 자그마치 20여년이 넘었으니 이제 덤덤해도 좋으련만, 여전히 꽃의 숨결에 희로애락도 같이 한다. 천생 꽃과 함께 할 팔자다. 서산에서 난 배양실과 난농장을 운영 중인 이인경(43)씨 부부다. 



남편 홍석흥(49)씨는 서산 농고를 나와 생명산업분야와 웰빙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는 연암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 꿈을 그대로 좇아 음암면에 난 배양실을 차렸다. 그 삶이 21년. 오직 한길만을 걸으며 셀 수 없는 새로운 시도 속에서 그가 새로 배양해낸 난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과정에서 겪은 실망과 보람, 기다림과 기쁨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삶을 결혼과 함께 온전히 껴안으며 남편이 배양해낸 난을 동문동의 난농원에서 키우는 이인경씨. 남편이 배양해낸 난들을 가꾸고 보듬으며 남편의 곁을 참 듬직하고도 묵묵하게 지켜낸다. 일이 많고 고된데다가 가끔은 앞날이 캄캄한 날도 많아 힘들지만, 아이 셋 키우며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며 사는 그녀다. 

“육종의 신기함이 그것이에요. 특이한 것이 정말 많고, 무슨 꽃이 나올지 그 끝이 없다는 거죠. 한 꽃을 만들어 내기까지 10년이 걸린 것도 있어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오래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이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놓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해요.”
인경씨는 음암의 난 배양실에서 일하는 남편과 따로 떨어져 동문동 난농원에서 일하지만, 남편의 속내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가뜩이나 하향세인 난 농업이 얼마 전 발효된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직격탄을 맞으며 맥을 못 추니 그 속이야 어떨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게다가 난은 온도관리나 물 관리에 너무도 예민한 식물이고, 자꾸 자재도 바뀌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착은 어려운 일. 20년 이상 난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잘할 것 같아도, 계속 시행착오를 겪어갈 수 밖에 없는 농사가 바로 난 농사라는 설명이다. 



“가진 것 없이 작은 하우스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왔지만 지금 다시 그렇게 살라고 하면 못 살 정도로 너무 힘든 세월이었어요. 서로 믿고 의지한 힘으로 버텨온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고 앞날이 고되어도 내 집에 하나 놓고 싶은 마음으로 꽃을 키우고 싶어요. 꽃을 주면 받는 사람도 좋지만, 주는 사람도 기쁘잖아요. 그런 적당한 설렘이 난을 통해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수수한 듯 선하고 정직한 웃음을 가진 그녀가 웃는다. 난이 웃는다. 난의 뿌리처럼 다부진 남편이 따라 웃는다. 부부의 삶, 부부가 함께 해서 참 아름다운 꽃길이 되었다.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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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하는 일에는 쓸데 없는 것이 없다. -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