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플러스 홈으로
 
  • ▒ 전체 941개의 게시글이 있습니다. ▒

글제목 대호목공소 여기석 대표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6/11/25(금)
열람 138 회 tweet facebook



천직으로 살아온 40년 목공 인생

한 번도 들여다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낡은 거울과 달력, 난로 하나 덜렁 있는 작업장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썼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닳고 닳아 패이기까지 한 작업대, 그리고 벽마다 세워진 원목과 집성목들, 손때 묻은 톱과 끌. 번듯한 여타 공방들하고는 달라도 너무 다른 풍경이다. 앉을 의자 하나 없어 내내 서서 한 인터뷰 내내 작업장이나 사람이나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꾸미지 않은 투박함, 내세우지 않은 겸손함. 거칠지만 숨길 수 없는 순수함. 톱밥 가득한 바닥에 털썩 앉아 이야기하고 싶을 만큼 편했고,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인양 친근했다. 입 꼬리에 걸리는 정직한 웃음이, 낮은 그의 어깨가. 다친 자욱이 많은 두툼한 그의 손과 나무 냄새가. 
날마다 7시 반이면 이곳 작업장에 나와 주문받은 책장을 짜기도 하고, 인부를 꾸려 인테리어 목공 작업을 하러 나가기도 하는 여기석씨의 일상은 시계추마냥 정확하고 부지런하다.

허니문예식장 길 건너에서 대호목공소를 운영 중인 여기석(57) 대표는 16살 때부터 나무를 만졌다. 남들 책 볼 때 나무를 자르고, 남들 공부할 때 톱밥을 쓸었다. 아이스크림 10원 하던 시절에 30원 짜리 쇠고기라면만 먹어가며 일을 배우고, 일 못한다고 망치와 드라이버를 던져도 참아가며 견뎠다. 그렇게 시작해 나무 밥 먹기 시작한지 어언 40여년. 목공은 그의 밥줄이 되었고,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목공만 하고 살았어요. 다른 것은 할 줄도 모르고요. 평생을 했어도 나무는 질리지 않아요. 사람과 나무는 교감이 맞아야 하는데, 산에 안가고도 이렇게 나무를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렇게 평생 만진 나무라도 늘 조심해서 다뤄야 해요. 자칫 딴 생각을 하다가는 매끈해 보이는 결에서도 가시가 일어나 맨 손에 박혀 버리고 말아요. 딴 생각을 하면 안돼요. 온통 집중해야지요. 그렇게 했어도 크고 작게 손을 다친 적이 참 많아요.”
그는 식탁을 만들면 저녁이면 둘러 앉아 따뜻한 밥을 먹는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다. 침대를 만들면 그 안에서 행복하게 뒹구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의자하나를 만들어도, 선반 하나를 만들어도 앉을 누군가를, 걸릴 물건을 생각하며 나무를 자른다. 한번 해가면 망가지지 않은 이상 평생을 쓰는 가구이고, 물건이기 때문에 대충 할 수도 없다는 그다. 자신이 스스로 만족해야, 믿고 맡긴 고객도 흡족할 수 있다고 믿기에 다 만든 것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부셔버린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만든 것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만들어주면서도 ‘잘 써야 할 텐데’ 그 마음으로 만들어요. 잘 쓰고 있다는 인사를 들으면 그런 것이 또 고마워요. 돈을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간 손해 보듯 사는 거예요. 지고 살아야 아무 근심 걱정이 없어요. ‘남한테 이기지 말고 지고 살자’가 제 신조랍니다.”
만들어준 물건을 보고 좋아서 웃는 고객을 보면 그의 입도 귀에 걸린다. 그런 입소문이 퍼지고 퍼져 그의 목공소는 단골들 위주로 운영된다. 원하는 가구의 사진을 들고 와 그대로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도면을 그려와 그대로 나무만 재단해 달라고도 한다. 그는 이문을 따지기 이전에 믿고 온 마음을 먼저 생각한다. IMF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말없이 다가와 책받침에 있는 그림 속 가구를 주문한 후, 숱한 입소문을 내주고 가구책자를 사다주며 주저앉을 뻔 했던 그를 일으켜 세워준 귀한 인연을 늘 떠올린다. 
“저는 나무를 만질 때가 좋아요. 아무 잡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40년 이상 해왔으니 이게 천직이죠.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요.”
고객과의 믿음을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아가는 그에게서 아름드리 소나무 향이 난다.
꼭 맺고 싶은 인연이다.
<배영금 기자>




  [ 1 2 3 4 5 6 7 8 9 10 ... 79 ] 글쓰기


내가 아직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로 하여금 헛되이 살지 않게 하라. - 에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