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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연탄봉사에 나선 서령고등학교 3학년 9반 학생들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6/11/25(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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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 나는 고3이다

이제  또 다른 인생의 길에 선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 매섭게 파고드는 추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어느 집의 온기 없는 안방에 따뜻함을 옮긴다.
하필이면 칼바람이 몰아치는 매서운 날이다. 아무리 여미고 여며도 옷 깃 사이로 송곳처럼 파고드는 바람에 여드름 꽃 핀 얼굴이 새파랗게 얼었다. 오늘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날! 수능도 마치고 기말고사도 끝났으니 잠깐만의 해방감을 누려도 좋으련만, 서령고등학교 3학년 9반 아이들은 연탄봉사를 위해 모였다. 다음날 대입 면접을 봐야 하는 몇 명을 뺀 27명의 아이들이다. 
오늘의 봉사미션은 동문동 ‘서산연탄은행’ 현장에서 음암면 상홍리 말목길 언덕배기까지 300장의 연탄을 나르는 일. 세 대의 리어카에 차곡차곡 연탄을 실은 아이들이 겁도 없이 길을 나선다. 차가 마주 오면 오도 가도 못 하는 외길을 지나 차도를 통과한다. 학교로, 집으로, 학원으로 다니던 학교 앞 길을, 오늘은 까만 연탄을 가득 싣고 지난다. 아이들 입시지도에, 자기소개서 작성에 한창 바쁘던 담임선생님은 오늘 책 대신 경광봉 두 개를 양손에 잡았다. 아이들의 연탄 행렬 맨 뒤에서 달리고 막고 소리 지르며 제자들의 안전을 철통같이 지킨다. 



친구들과 함께 밀고 끌며 인도도 가끔 끊기고, 차들이 복잡한 교차로도 통과한다.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고 나니 한창 공사 중인 길이 끝도 보이지 않게 펼쳐진다. 차들이 오면 한 쪽으로 비켜서고, 차들이 지나면 다시 걷고, 오르막에는 밀고 내리막길은 같이 버티며 그렇게 길을 걷는다. 
손가락이 굽도록 추우면, 힘든 시간들을 버티는 또 다른 이웃의 마음이 되어본다. 가파른 길을 안간힘을 다해 오르며 인생의 가파름을 실감해보고, 미끌어져 내려가는 비탈길 리어카를 움켜잡으며 버텨 참아야 할 시간들을 견뎌본다. 꼭 이렇게 추운 날, 꼭 이렇게 먼 길을 그 고생을 하며 가는 뜻은 오늘의 생고생이 기억에 살아있는 기록으로 오래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1월 들어 가장 추운 날, 한 해 동안의 고생을 수능과 기말 고사로 마무리한 후 아이들은 후련하고도 서운한 마음에 까만 연탄을 가득 싣고 구불구불 시골길을 다시 걷는다. 언덕배기 길을 지나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 짖어대는 집에 연탄을 차곡차곡 내려놓는다. 어느새 하얀 장갑이 까맣게 변하고, 공부에 지친 하얀 얼굴에 까만 연탄재가 묻었다. 몸이 불편한 집주인의 연탄창고는 가득 차고, 세 대의 리어카는 텅 비어 버렸다. 뭔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잠바까지 벗어던진 몸에서 기분 좋은 땀 내음이 난다. 나와 내 친구가 나른 연탄 한 장이 채워줄 10시간의 따뜻함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2016년 11월 23일 혹독한 시간 속에서의 고된 나눔과 힘든 봉사는 평생 꺼지지 않을 따뜻한 불씨로 남았다. 나는 고3이다.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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