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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동방포차 김동주씨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6/12/1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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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추억 사이의 포장마차

아늑한 몽골텐트 안, 꼬마전구 불이 일제히 켜지면 서산의 저녁이 시작된다. 손님 맞을 준비를 말끔히 마친 포장마차 안 하나 둘 자리가 채워지고, 타닥타닥 석화가 익어간다. 한 잔 술에 시름이 비워지고, 김이 모락모락 잘 익은 석화에 위로도 한 점 들이킨다. 목소리가 커지고, 왁자한 웃음이 터지고, 울분도 터뜨려지고, 토닥토닥 어깨도 두드려 주는 사이 포장마차의 밤은 깊어간다. 두툼한 껍질 속 저 멀리 바다의 그윽한 향을 가득 담은 석굴이 익어 가면, 술잔을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도 익어가고, 마음시린 겨울도 한껏 익어간다. 

“옛날에 하우스 쳐 놓고 번개탄 피워서 굴을 구워먹던 추억이 있어요. 바닷가에 살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추억이죠. 겨울에 실내포장마차 말고, 이런 야외의 포장마차에서 굴도 구워먹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차리게 됐는데, 손님들이 엄청 좋아들 하세요. 식당이나 실내 포장마차에서는 이렇게 굴을 구워서 먹기가 어렵거든요.”
호수공원 맞은 편 기업은행 건물 주차장 한 쪽에서 포장마차를 운영 중인 김동주(55)씨는 오후 두시가 되면 어김없이 포장마차로 출근을 한다. 야채를 다듬고, 테이블을 닦고, 쓰레기를 버리다 보면 시간은 늦은 오후로 치닫는다. 땔나무를 넣어 난로를 지피고 고구마도 몇 개 화덕에 집어넣는다. 부릉부릉 큰 화물차가 도착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저 멀리 여수나 통영에서 실려 온 석화를 받아 세 시간여를 꼼짝하지 못하고 굴 손질만 해댄다. 큰 석화는 먹기 좋게 쪼개고, 불순물들은 빼내고, 뻘이나 갯지렁이 들은 고압기로 세척하다 보면 어느새 이른 술손님들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이곳의 손님들은 열 명 중 예닐곱 명은 단골들이다. 대부분은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1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굴 구이를 꼭 먹어야 하는 석굴 마니아들도 많다. 날씨가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면 찾는 사람이 많은 석굴은 잘만 구우면 찜보다 구이가 더 맛있다고들 한다. 가끔 껍질이 탁탁 튀기도 하고 흰 가루도 날리지만, 매캐한 불 맛을 입은 굴 맛은 한겨울에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별미나 같다. 
“제가 안해본 일이 거의 없어요. 식당도 하고, 노래방도 하고, 다방과 게임방도 하고, 그러다가 다 잘 안됐어요. 작년에는 전어 양식도 했었는데, 출하를 얼마 앞두고 8월에 수온 상승으로 죽어 뜬 전어를 10톤 정도 건져냈어요. 돈하고는 거리가 먼지, 하는 일마다 잘 안 되고 하니 사람이 무력해지고 참 견디기 힘들더라고요. 그것을 안타깝게 여긴 친구가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여기서 이거나 착실히 하라고 해준 건데, 그 고마움을 말로도 다 못하지요. 그 마음을 아니까 대충대충 할 수가 없어요.”

20년 가까이 바다생활도 해보고, 안해본 일이 없이 해본 동주씨는 낮 두시부터 밤 두시까지 12시간 동안을 술손님과 굴을 상대하며 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한다. 석굴을 여수나 완도 등에서 가져오는 이유에 대해 손님들과 입씨름을 벌이는 일이 힘겹고,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손님들을 말리는 것도 가끔 힘에 부치지만, 이제는 어느덧 자리가 잡혀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손님들이 늘어 힘든 마음을 다스리며 견뎌내고 있다고 한다. 
“저를 릴레이 인터뷰 소개해준 홍선관 그 분도 그렇게 오래 이웃하고 살아도 이제껏 말싸움 한번 한 적이 없어요. 사람이 원래 너무 순하고 착해서 공사하고 못 받은 돈도 많고, 그런 이야기 들으면 화나죠. 여기서 장사하라고 자리 내준 내 친구도 50년 다 되어가는 친구인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정말 귀한 것을 저에게 주고 있어요. 한때는 제가 쌈박질도 하고 말썽도 피운 적 있는데, 이제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주니까 친구들이나 선배들이 많이들 도와주고 있어요. 사업도 한 열 번은 들어먹었는데, 사람이 돈을 따라가면 안되더라고요. 돈에 욕심 내지 않고 성실하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올 거라고 믿어요.”



손이 시리게 아주 추운 겨울날, 따뜻한 굴구이와 한 잔의 술이 생각나면 동방포차에 갈 것 같다. 울퉁불퉁 자갈길 인생을 지나 사람좋은 웃음을 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동주씨가 손 다쳐가며 하나씩 쪼개고 다듬은 굴 구이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친구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살고 있다는 그를 보며, 내 주변의 소중한 인연들을 다시금 꺼내 두 손으로 꼭 감싸 안아볼 수 있을 테니까.
<배영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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