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플러스 홈으로
 
  • ▒ 전체 99개의 게시글이 있습니다. ▒

글제목 쇠황조롱이 _ 새이야기 95.
작성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5/02/06(금)
열람 1,638 회 tweet facebook

 

작은 말뚝 위에 앉아 있는 새, 비교적 시끄러운 디젤 엔진의 사륜구동 차량이 가까이 와 있는 것도 모른 채

볏짚이 쌓여 있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작은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자동차의 엔진을 끄고 새의 행동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마치 박제인 듯 전혀 움직임이 없던 새는 갑자기 매우 빠르게

논으로 날아갔다. 약 200여 미터를 땅을 스치듯이 낮게 날아간 그 새는 볏짚 사이에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울퉁불퉁한 논길을 살금살금 다가가서 방금 잡은 것이 무엇인지 망원경으로 살펴보았다. 생쥐였다. 30여 미터 되는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신경이 쓰였는지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열심히 생쥐를 뜯어 먹고 있었다.

 

쇠황조롱이의 날렵한 사냥장면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니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멋진 영상 속 주인공처럼 가슴이 뛰었다.

몇 년 전부터 천수만 지역의 농경지에는 추수 후에 볏짚을 수거하지 않고 그냥 놓아두는 사업이 버드랜드 주관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 볏짚존치는 시베리아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각종 겨울철새들의 먹이활동을 쉽게 해주고

작은 오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 참 유익한 사업이다.

 


 

 

 


이런 행사는 두루미나 기러기 등 낱알을 좋아하는 새들에게도 인기가 좋지만 볏짚 사이로 천적의 눈을 피해 먹이를 찾는

생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맹금류 중에서 비교적 크기가 작은 새들은 이런 곳에 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맹금류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로 물고기를 먹는 왜가리와 백로들도 그런 논에서 쥐를 잡아먹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쇠황조롱이는 바람이 불 때 정지비행을 하며 하늘에서 먹이를 찾는 것보다 낮은 나무에 앉거나 논 옆의 구조물 위에

앉아서 먹이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멀리 있는 생쥐나 작은 새를 잡는 것을 보면 날아가는 속도가 빠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력이 상당히 좋은 것 같다.

 

볏짚존치 사업은 서산시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서 낙곡을 먹는 기러기나 오리들, 그리고 두루미들이 쉽게 먹이를 먹고

겨울을 잘 지내도록 보호하는 사업이지만 그곳에 여러 종류의 쥐가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귀한 맹금류들이

서식하기 좋은 먹이사슬이 형성되고 있었다.


몸길이는 황조롱이에 비해 조금 작은 편이다. 새들의 이름 중에서 접두어에 ‘쇠’자가 붙어 있으면 그 종에서

가장 작은 것이라는 것을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다.

 

 


수컷 28cm, 암컷 31cm 정도의 크기인 쇠황조롱이는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북부에서 번식하는 조류로 천수만에서는

도비산 자락과 인접한 논, 간월호와 인접한 농경지에서 단독으로 서식하는 비교적 드문 겨울철새로 매년 10월 초순

벼를 베기 시작하는 시기에 찾아와서 다음 해 4월 초순까지 천수만 지역에서 머문다.


수컷은 몸 윗면이 청회색이며 아래 부분은 엷은 주황색이고 흑갈색 세로 줄무늬가 흩어져 있다.

얼굴에는 가느다란 흰 눈썹선이 있으며 흑갈색 뺨 선은 매우 가늘고 턱밑은 흰색이다.

 

텃새인 황조롱이와 겨울철새인 쇠황조롱이는 얼핏 보면 구분하기 어렵다. 황조롱이는 암수 모두 등이 황색 빛이 많지만

쇠황조롱이의 수컷은 등이 푸른색이다. 하지만 어린 새와 암컷은 황조롱이와 거의 비슷하다. 겨울이 지나가기 전

천수만의 농경지에 나가면 작은 나뭇가지나 구조물 위를 잘 살펴보고 이새를 만나면 황조롱이와 무엇이 다른지 잘 구분해보자.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 최근에 남쪽에서 올라온 흑두루미 무리를 덤으로 만날 수 있다.


<서산교차로 현동선 리포터>

 




  [ 1 2 3 4 5 6 7 8 9 ] 글쓰기


자존심은 오전에는 풍요, 오후에는 가난, 밤에는 악명과 함께 한다 - 벤저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