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플러스 홈으로
 
  • ▒ 전체 734개의 게시글이 있습니다. ▒
번호 14813
제목 서산검정고시학원
등록자 서산교차로
등록일 13/12/11(수)
열람 2,400회
첨부파일 -
사용량 본문: 10.8KB, 업로드: 109KB
SNS tweet facebook

 

 

 

2013년5월24일

꽃다발도 없는 ‘어느 특별한 졸업식’

 

누군가에는 졸업은 하나의 단계이고 과정일 뿐이다. 초등학교 졸업은 중학교 입학을 하기위한 단계이고, 중학교 졸업은

고등학교 입학을 하기위한 하나의 디딤돌일 뿐이다. 한 학년 한 학년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 올라 졸업이라는 정상에 오르면

다시 또 이어지는 입학과 졸업의 과정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단계는 삶에 있어 너무나 일상적이라 어찌 보면

단조로운 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 옛날처럼 돈이 없어 상급 학교를 가지 못하는 슬픈 좌절이 흔한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해서 진학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당한 채 돈 벌러 나가야 하는 가슴 저미는 딸들의 사연을 쉽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설사 어떤 단절이 있다고 해도

그 옛날의 단절과는 양상과 깊이가 달라, 비교적 얕은 희노애락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의 졸업식은 하나의 이벤트이고

자그마한 축제이다. 과정 하나를 떨치고 윗 학교로 상승하는 것에 대한 자축이 되기도 하고 몇 년여 간의 과정을 잘 마무리한

서로의 이벤트들이 짓궂은 장난으로 번져 사회 문제화 되기도 한다.

같은 졸업식 치고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의 졸업식이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열렸다. 석림동에 자리한 서산검정고시학원.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학교 배지를 옷에 달고 선 사람들도 없지만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웅성 들뜬 표정들이다.


늘상 화장기 없는 얼굴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오던 나이 많은 중년의 학생은 오늘따라 한껏 멋을 내고 곱게 화장도 했다.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여학생은 평상시 입지 않던 정장을 말쑥이 차려입고 다소곳하게 앉아 있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어린 학생은 음료수 심부름도 자처한다. 머리에 하얗게 나이가 내려앉아 그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어느 노인의 가슴도 오늘따라

요동치고, 아픈 추억은 옆집 친구의 새 교복을 눈물 나게 부러워하며 몰래 훔쳐보던 그 시절로 달음질친다.

서로 사연과 사정은 달라도, 오늘 졸업식을 맞는 마음은 모두가 비슷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흔하고 아무렇지 않았을 졸업장,

그거 한 장 없어서 스스로 감추고 내려앉고 괜히 주눅 들던 세월의 감정들도 오늘로써 졸업을 시킬 수 있을까.

한껏 정장을 갖춰 입은 우온식 원장이 단상에 올라 졸업식의 시작을 알린다. 해마다 하는 졸업식이지만 항상 이 자리에 서면

가슴자리가 젖어오기 시작한다. 이정도 했으면 가슴도 단련이 됐으련만, 단상에 올라 총총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한 명 한 명의 눈동자를 대하다보면 코끝이 매워지며 가슴께가 슬며시 젖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양숙현 원장의 낭랑하던 목소리도 이날은 설렘과 서운함, 그리고 뿌듯함이 뒤섞여 가늘게 떨린다. 졸업장을 받기위해

단상 앞에 선 학생들 가슴도 물결친다. 올해 첫 졸업생을 낸 영어 선생님도 국어선생님도 그 어느 학생보다 설렌다.

햇수를 거듭해 가르치며 제법 그 손으로 가르쳐 졸업시킨 학생들이 많은 수학과 과학 선생님 눈에도 그 자리에 세워졌던

수많은 졸업생들이 한꺼번에 스친다. 조용하지만, 그래서 졸업식장 안이 들끓는다. 기쁘고 슬프고 벅차고 뿌듯하고 설레고

대견한 감정들이 자그마한 내를 이루는가 싶더니 감정의 강물이 되어 교실을 흐른다.

북받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없었던 한 학생은 단상에 서지도 못하고 교실밖으로 나가버린다.

추스를 수 없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눈물도 참 주책이다. 멈추지 않는다.

졸업소감을 들어보자는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지키던 한 중년의 학생이 원장님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졸업생들의 박수와 압력에 못 이겨 단상에 오른다. 주뼛주뼛 대던 몸짓에서 가느다란 말소리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술술 실타래처럼 딸려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작정이나 한 듯 하다.

 

“홈페이지에  편지라도 쓰고 싶었어요. 김치라도 맛있게 담가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했어요. 처음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창피한 마음이 컸어요. 제가 중학교 못 다닌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못했거든요. 아이들을 낳아 학교를 보내고 보니

부모의 학력난을 쓰는 난에 거짓으로 중학교 졸업이라고 쓰기도 하고, 중학교 중퇴라고 쓰기도 했어요.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한동안은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고 다녔었는데, 주위에서 어디 다니냐고 자꾸 남편에게 물어보니

 “지금 그 나이에 공부한다고 학교 갔대요.”하고 소문을 다 내버렸어요. 동네에 소문이 다 나버려서 대충은 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지요. 하다 보니 재미도 생기고 진작 더 젊었을 때 시작할 걸 하는 후회도 들더라구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학생들은 더 절실했을 테구요. 아무리 이야기 해도 못알아 듣는 학생들이 눈만 깜빡깜빡하는 것을

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르쳐 주신 수학, 과학 선생님 고맙습니다. 방방 뛰며 즐거운 수업을 해주신 사회선생님 고맙습니다.

목소리가 교실 밖으로 나갈 정도로 열정적인 수업을 해주신 영어 선생님, 항상 얌전하고 쩔쩔매주셨던 마음 약한

국어선생님 고마워요. 이 자리에 있기 까지 도움 주시고 이끌어주신 두 원장님의 봉사 정신이 없다면 이 학원이 세워지고 운영이

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 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교실을 마련해준 두분 원장님께 머리숙여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길다면 긴 졸업소감이 이어지는 내내 이야기들이 몇 번을 끊겼다. 못배워서 서러웠던 시절, 자식 앞에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한

못 배운 한이 목을 잠기게 하고 마음을 북받치게 하는 듯 몇 번을 눈물을 닦아내고, 몇 번을 뒤로 돌아 마음을 다스리며 간신히

간신히 인사를 마친다. 보는 원장도 눈시울을 붉히고, 선생님들, 학생들 마음도 같은 마음에 잠긴다.

오늘은 고생 끝, 가슴에 맺힌 한이 풀리는 날, 다른 여건에 의해 중단된 삶의 이야기들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었던 꿈, 누군가에게는 소박하지만, 나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꿈을 이루는 순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먼저 대학교를 간 친구들에게 나도 이제 대학생이 될 수 있노라고, 학업을 중도에 포기한 가슴 아픈 자식이

웃으며 부모님께 졸업장을 내밀 수 있노라고, 할머니도 이제 국어, 영어, 수학 할 수 있노라고, 못 배웠다고 무시하는 영감에게

나도 이제 당신과 같은 ‘고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노라고, 이번 생일에 내려오는 자식들에게 못이기는 척

네 애비가 딴 졸업장이라고 보여줄 거라고 말하는 마음속 이야기들이 교실을 휘돌아 내를 이루고 거대한 바다가 된다.

스스로 자유롭지 못했던 한을 뚫고 나와 한 마리 고래처럼 이제 맘편히 세상을 유영할 수 있노라는 이야기들이

교실을 빠져나와 빠르게 밖으로 헤엄쳐 간다.

그 흔한 꽃다발도 하나 없는 졸업식이었지만, 졸업생, 선생님, 재학생, 원장, 외빈 모두가 하나하나의 꽃다발이 된 졸업식이 되었다.


  - 서산검정고시학원 ☎664-3214

  <서산교차로 배영금 기자>

 

커멘트 :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열람
266 꼼방울 서산교차로 2013-12-11 2,249
265 종로서점 서산교차로 2013-12-11 2,078
264 진흥 작은도서관 서산교차로 2013-12-11 1,921
263 REXFORD 서산점 서산교차로 2013-12-11 2,624
262 서산정가보존회 서산교차로 2013-12-11 2,324
261 엄지네일 서산교차로 2013-12-11 2,635
260 한지와 그림이야기 서산교차로 2013-12-11 4,019
259 헤어궁 서산교차로 2013-12-11 2,598
258 제로 플레이스와 수화림 서산교차로 2013-12-11 2,824
257 서산검정고시학원 서산교차로 2013-12-11 2,400
256 셀프레소 서산교차로 2013-12-11 2,418
255 윤휘의핸드메이드 공방 서산교차로 2013-12-11 2,856


좋은 아내를 잃는것은 신의 선물을 잃는 것이다.-벤자민 프랭클린